토론토에 울려 퍼지는 아리랑

토론토에 울려 퍼지는 아리랑


토론토지역 학교들의 음악교육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한인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에밀리아 황 교사

토론토에 울려 퍼지는 아리랑
교육청 음악교육 책임자 에밀리아 황씨
22 Dec 2017
  
15세 때 이민, 한동안 한국 잊고 지내 교편 잡은 후 정체성 교육에 큰 관심 사물놀이 도입, 韓 문화 전파에 앞장
1973년생 서울 토박이였던 에밀리아 황씨는 열 다섯 되던 해에 토론토 동부 윗비에서 첫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부모님은 딸의 적응을 돕기 위해 당분간 집에서도 영어만 쓰라고 권하셨고, 학교에서는 한국음식이 담긴 도시락을 꺼내는 일이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한글학교에 가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별 재미를 못 느껴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생각보다 캐나다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금세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해졌고 김치 없이도 밥을 잘 먹게 되었다. 플루트 전공으로 음대에 진학하고, 요크대학에서 교사과정을 밟고, 토론토교육청 교사가 되기까지 11년 동안 그녀는 그렇게 ‘한국’을 잊고 지냈다.

정체성 문제

황씨는 2000년 교육대학원을 졸업함과 동시에 토론토교육청 소속의 팀버뱅크공립학교에 5학년 담임 및 음악교사로 부임했다.

그는 토론토의 다문화 환경 속에서 13년간 참 많은 이민가정의 아이들을 만났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바라보니, 자신이 클 때 모르고 지나쳤던 문제들이 보였다.

“똑같이 이민을 왔어도 자기자신에 대한 생각이 다 달라요. 어떤 아이는 자신이 모국과 캐나다 모두에 속해 있는 특별한 사람이며 그게 큰 장점이라고 믿고, 어떤 아이는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반쪽짜리 사람이라며 비관해요."

그 차이가 어디서 왔을까. 그녀의 결론은 ‘정체성과 자긍심’의 문제였다. 한인사회에서 수없이 거론돼온 이슈였지만, 사실 그는 교사가 되기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한인 아이들을 만나보니 한국어를 아예 못 하는 아이도 많았고, 자신이 한인임을 의식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았으며, 학부모들도 한국학교에 억지로 보내는 것 외에는 뭘 어떻게 잡아줘야 할지 알지 못했다.

단 하나로도 바뀔 수 있다

그의 부모도 딸에게 특별한 신경을 써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한국인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살면서도 자신이 한인이라는 사실이 혼란스럽거나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을 늘 캐나다에서도 한국에서도 뭐든 잘 해낼 수 있는 특별한 존재로 믿었다. 황씨는 제자들이 그렇게 건강한 정체성과 모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저의 경우엔 할머니가 남다른 노력을 해주셨더라고요. 윗비에서 살 때 백인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학교 끝나면 불러서 떡볶이며 불고기며 하루가 멀다 하고 해먹이시곤 했거든요. 애들이 학교 끝나면 항상 우리 집으로 몰려왔어요. 심지어 매년 선생님들을 초대해 갈비파티를 해주시기도 했어요.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한국과 한국음식에 대해 알게 됐고, 또 좋아하게 됐어요. 물론 제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고요.”

우리는 K팝이 유명세를 타면서, 음악 하나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음식이든, 음악이든, 사람이든, 언어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한 가지가 전체적인 것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그러한 결정적 경험이 한인 아이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여겼다.

사물놀이

뛰어난 지도 능력으로 시범수업을 자주 했던 황 교사. 토론토교육청에 스카우트돼 13년의 실전 경험을 뒤로 하고 5년 전 교육청 음악교육 담당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가 하는 일은 토론토 학교들의 음악교육과 관련된 기획 및 총괄이다.

그녀는 교육청 주관으로 매년 토론토 매시홀에서 개최되는, 1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두 개의 콘서트를 기획 총괄한다. 음악회를 위해 토론토 전 지역에서 아이들을 모아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교육시킨다. 이 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작곡 프로젝트, 글로벌 악기 교육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꾸려가고 있다.

평소 한인 아이들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키워주고 싶었던 황 교사는 교육청에 자리잡은 지 1년 만에  ‘사물놀이’ 교육 프로그램을 들여왔다. 자신도 배운 적 없는 악기들이었지만 ‘한국의 소울’이 담겨 있는 음악이라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사물놀이패 '쟁이'의 리더인 홍철화씨에게 무작정 도움을 청해 토론토지역에 사물놀이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올해로 4년차인 사물놀이 교육. 1년에 8개 학교가 7주간 배우는데 한 학교당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250명까지 참여한다. 지난 4년 동안 적어도 3,200명의 토론토 학생들이 사물놀이를 배웠다는 이야기다.

“한국어로 인사하고, 한국 교사가, 한국의 악기를, 한국의 영혼을 담아 전수해요. 한인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배우면서 아주 ‘으쓱’해 합니다. 친구들에게 한국어도 가르쳐주고, 한국에 대해 이야기도 해주면서 즐거워하죠. 그렇게 7주를 보내면 많은 아이들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고, 한인 자녀들에게 자긍심도 자연스럽게 심어줄 수 있죠.”

씨앗 뿌리는 힘

아이들을 현장에서 지도할 때는 오랜 시간 지켜보며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보람이 있었다. 지금은 한 아이를 오래, 깊이 있게 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획이 토론토 전체에 씨앗이 된다는 것은 쉽게 누릴 수 없는 보람이다.

교육청 부임 이듬 해에 매시홀에 모인 1,500명 앞에서 '아리랑'을 무대에 올려 한인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물했던 황 교사. 그녀 안에 숨쉬고 있는 한인 유전자가 우리 아이들, 한인사회, 나아가 토론토에 어떤 꽃을 피울지 기대된다.

“씨를 뿌릴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힘이에요. 하지만 제가 한인들을 위한 특혜를 더하는 건 안 될 일이죠. 사물놀이에 이어 '난타'도 들여오고 싶고, 지금 하는 사물놀이도 더 많은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요. 그런데 배우고 싶다는 신청학교가 많아도 악기가 2세트 뿐이라 한계가 있어요. 제가 한국음악 쪽에만 예산을 더 쓸 수는 없으니 안타깝죠. 한인들이 우리 아이들 교육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시면 저도 힘을 내서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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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알파한인연합교회

등록일: 2017-12-31 22:25
조회수: 23 /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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