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8. 국민과의 대화
작성자
akuc
작성일
2019-11-19 15:41
조회
162

[연합시론] 국민과의 대화, 더 좋은 소통ㆍ국정 위한 밑거름되길
질문은 많았고 시간은 부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후반기에 막 들어선 길목에서 한 '국민과의 대화'는 그랬다. '국민이 묻는다'라는 행사 제목처럼 국민대표 패널들은 숱한 사회 의제들을 묻고 또 물었다. 집값 급등에 따른 서민 박탈감, 사교육 부담, 고용난, 검찰 개혁, 성 불평등에서부터 다문화 가정 정책과 탈북민 대책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었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작은 대한민국'과 같은 모양새의 타운홀 시민들은 저마다 어려운 삶의 현실을 짚고 정치의 해법을 구하려 했다. 질문들이 넘쳐나 100분을 예고하고 시작된 TV 생방송은 약 17분을 초과하여 어렵사리 종료됐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육성을 들으며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자리였다. 그건 TV를 시청한 모든 국민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런 민심을 헤아려 약속대로 성찰과 소통의 행보에 더욱 신경을 쓴다면 집권 후반기의 국정에 작지 않은 보탬이 되리라 판단한다.
문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 내놓은 답변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국정 방향과 정책 추진의 초점은 전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일관계 교착 해법, 경제정책 기조 등에서 원칙과 일관성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가져온 국민 갈등과 분열상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신뢰를 표시한 것은 이채로웠다. 문 대통령은 후반기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확인했다. 일자리 문제를 포함한 경제의 어려움과 국민통합 분야에서 부정적 평가가 많다는 점도 거론했다. '촛불 민심'이 희구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부문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건 다행이다. 더 나은 소통과 바른 국정은 그런 성찰의 기반 위에서만 가능성의 실마리를 찾으리란 믿음 때문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소통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집권 초반 주요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기자들과 스스럼없이 만나며 기대를 모았다. 전임 대통령과 대비되어 '기저효과'를 누린 측면도 있지만, 절대적인 소통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선 소통에 소극적으로 되었다는 지적을 받거나 야당으로부터는 '불통' 비판까지 들어야 했다. 몇몇 인선 결정과 경제, 외교·안보 정책 선택에 대한 야당의 불만이 섞인 반응이지만 국민들의 갈증이 컸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국면에서 집권 후반기를 맞아 국민과의 대화를 가진 것은 시의적절했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대화, 더 좋은 소통, 더 나은 국정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소통의 방식과 대화의 질이다.
방식, 즉 형식이 괜찮아야 내용이 보장되며 양보다는 질이 대개 중요할 때가 많아서다. 이번 대화는 부정적 시각에서 보자면 '요란한 빈 수레' 같은 인상도 줬다. 각본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의제의 중요성과 질문의 시간이 비례하지 않아 때론 시간이 허비되었고, 질문과 민원이 구분되지 않는 양상도 더러 나타났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앞으로 더 나은 소통 방식과 대화의 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고민에는 기자들과 더 많이 만나 묻고 답하고 야당을 포함한 의회 지도자들과 더 효율적으로 대화할 기회 창출이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미우나 고우나 언론과 의회가 또다른 타운홀의 국민대표나 패널 같은 존재들인 것을 인정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