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0. 한국 영화 기생충
작성자
akuc
작성일
2020-02-10 22:58
조회
105

[연합시론] 한국영화 위상 드높인 '기생충' 오스카 4관왕 쾌거
2020-02-10 15:56
(서울=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결국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영화인들의 꿈인 아카데미(오스카)상을 한두 개도 아니고 무려 4개 부문에서 차지한 것이다. 모두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기생충'은 9일(현지 시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까지 휩쓸었다. 편집상과 미술상을 놓친 게 못내 아쉽지만, 한국 영화로는 불멸의 기록이 아닐 수 없다. 1919년 '의리적 구투'로 시작한 한국 영화 101년 역사뿐 아니라 올해로 92년을 맞은 아카데미상의 역사도 새로 썼다. 외국 영화가 갖는 자막의 장벽과 '백인 위주' 할리우드의 오랜 배타적 전통을 극복하고 아시아계 영화로는 기념비적인 성적을 거둔 것이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 무대에 오른 것은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국제영화상 부문에 출품된 지 57년 만의 일이다. 한국 영화로는 최종 후보에 지명된 것도, 수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기생충'의 쾌거는 아카데미상의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았다.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 트로피를 동시에 거머쥔 것은 역대 두 번째며 64년 만이다. 감독상 최종 후보에 올라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세계적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사실 만으로도 감격했던 봉 감독은 이들을 모두 제치고 감독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봉 감독이 두 번째다. 봉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각본상을 차지했다. 역시 아시아계로는 처음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는 유럽 영화제에 이어 대중성을 중시하는 할리우드까지 접수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았다. '기생충'은 북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상업적 성공도 이뤄냈다. 지난달 26일 현재 북미에서 상영관 1천60곳을 통해 약 3천91만달러(약 3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생충'의 세계 각종 영화제 수상 퍼레이드도 눈이 부실 정도다. 모두 57개 해외영화제에 초청받아 55개 주요 영화상을 휩쓸었고, 마침내 오스카상 4관왕으로 화룡점정 했다. 이제 봉 감독은 영화제와 흥행, 평단을 모두 장악한 어엿한 주류 감독, 즉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과 저택에 사는 부자 가족의 대립 구도를 토대로 빈부격차와 계급갈등, 인간에 대한 예의와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다루었다. '기생충'의 성공은 이 영화가 표방하는 주제와 정서가 세계인들에게 공감을 얻은 결과이다. 일제 식민지 변방에서 어렵게 시작한 한국 영화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이만큼 성장하여 이제 세계 영화의 중심 할리우드 무대에 우뚝 서게 됐다. 거대 자본이 모여드는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으로 '기생충'의 해외 흥행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 한 편에 그치지 않고 한국 영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앞으로 수출, 배급, 합작 등 산업적 측면에서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도 적극적인 생산자, 판매자로 나서게 됐다. 내용 면에서도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시도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생충'의 성공으로 한국 영화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 영화가 도약하는 또 다른 100년이 기대된다.